촉각의 해안선(海岸線)에서:
생장의 꿈으로 직조된 장신구의 예술적 환타지
정아영의 아트 쥬얼리에 관한 비평적 단상



글/ 장동광(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숙명여대 겸임교수)


움직임은 생명의 본질이다. 숨쉬고, 흔들리고, 움직이고, 기대고, 말하는 이 모든 것들은 생명의 표현이며 살아있음의 향연인 것이다. 이 생명의 대지에서 우리는 늘 새로운 생명을 꿈꾸고 잉태하며 번성하기를 원한다. 예술작품 역시 생명의 표현이다. 살아있는 작가의 몸짓으로 생명에 관한 시각적 교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미술이기 때문이다. 이 미술의 줄기 속에서 장신구 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장식적 층동을 위한 조형적 표현물로 존재해 왔다. 사실 자연물의 대척점으로서 모든 예술품(Artifact)은 질료적 결합체이자 시각적 표현물이며 또한 정신적 외현(外現)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예술장신구'혹은 아트 쥬얼리(Art Jewelry)는 작가의 정신적 개념을 드러내는 또 다른 조형형식으로 우리들 삶의 영역 속에 깊이 다가서고 있다.
정아영은 장신구에 깃들어 있는 장식적 충동을 예술적 개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작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녀는 장신구에 관한 개념적 지표는'촉각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실'실용과 미의 결합'이라는 공예의 본질적 개념을 상기할 때, 장신구만큼 공예의 특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형식도 달리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장신구는 손으로 만진다는 실용성과 촉각성을 전제로 하지만, 타인을 향한 장식 즉 심미적 조형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신구는 이처럼 촉각과 시각을 넘나드는 이중적 형식으로서 자아(自我)와 타자(他者)를 관련시키는 매개물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장신구의 역할은 신분과 지위를 증거하고, 신체를 장식하고, 수공예적 창의성의 발로와 함께 우리의 일상적 삶과 깊은 연관을 맺어 왔다. 또한 역사적으로 장신구가 단지 여성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었음은 전제왕조시대를 증거하는 금관이나 사모관대(紗帽冠帶)의 장식 등 남성장신구에서도 여실히 목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장신구'는 미술과 공예의 장르적 경계를 넘어선'제3의 예술'이며, 남성과 여성의 성적 젠더(Gender)구분을 무화시킨다는 차원에서'중성예술'이며, 환금가치와 예술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이중가치의 예술'라고 할 수 있다.
정아영은 대학원 과정동안 한국 전통건축의 조형미에서 장신구 작업의 원천을 얻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전개한 바 있다. 이 당시 그녀는 전통가옥의 창살문양과 지붕의 구조에 관한 연구로 논문을 쓰면서 전통 은입사기법을 사사받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건축의 미적 구조와 문양의 상징성을 장신구에 담고자 했던 시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모색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던 그녀가 미국으로 유학을 결행하여 조형적 개념을 심화시킨 것은 장신구 작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고 보여 진다. 뉴팔츠 뉴욕주립대학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한 2년동안 정아영은 비로소 장신구의 표현에 관한 자신의 독창적인 색깔을 찾게 된다. 그것이 이번 개인전에서 발표되는'촉각적(Tactile)'이라는 주제를 동반하고 발표되는 장신구들이다. 정아영의 근작에서 읽혀지는 장신구의 성격을 한마디로 축약하자면,'생장의 꿈을 담은 구조적 결합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정아영의 장신구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은 위의 언급에 관한 비평적 확증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재료적인 측면에서 정아영은 값싼 철판, 철못을 중심으로 은과 금도금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료선택은 장신구에 관한 자신의 입장으로 대변하는 주요한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즉, 철못이나 철판은 대체로 장신구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가장 일상적이고 값싼 재료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장신구의 예술적 표현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가장 하위(下位)의 재료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하위의 재료가 자신의 표현의도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실험적 재료라는 점에서 장신구에 있어서 또 다른 표현영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을 읽게 해 준다.
이처럼 정아영은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 촉각적 접촉을 유도하기 위해 결합적 구성이 용이한 유니트로서 철못이나 철판조각을 단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녀는 철못 혹은 철판조각을 단조하였을 때 나타난 불규칙한 외곽선이나 연성을 극대화하여 최소한의 두께로 판재화하여 결합한 형식인 반지나 브로우치, 목걸이에서 새로운 조형적 형태미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 가장 원초적이고 수공예적인 단조방식을 통해 얻어진 불규칙한 판재들은 시간성과 노동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게 된다. 따라서 정아영의 장신구에서 우리는 시간성과 노동의 흔적들로 이루어진 물질의 표면 속에서 시각적 감흥의 저 편에 존재하는 원초적 감각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시계추의 반복적 운동이나 망치의 지속적인 파동을 연상케 함으로써 작품 속에 내재하는 환영(幻影)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정아영의 장신구는 결합적 구조로서의 자연형태의 재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은 건축적 구조와 같이 하나의 단위요소들을 결합하여 일정한 형태를 구축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다 속의 풍경이나 연체동물, 숲 속의 열매, 꽃, 깃털을 연상시키는 자연물에 관한 재현적 시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연상가능한 자연물의 온전한 형태를 재현하기 보다는 어떤 요소들을 차용하여 변형하거나 재구성한 조형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정아영이 추구하는'촉각적'혹은'만져질 수 있는'장신구에 관한 사유의 숲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형식과 깊이 연관되고 있다. 즉 장신구라는 것이 타자(他者)와 관련하여 시각적 인지작용과 관련되지만,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 만지고 싶은 충동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장신구는 유기적 생명체를 닮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아영은 이처럼 하나의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가 온전한 삶을 영위해 나가듯이 장신구를 통해'촉각의 심리적 상호작용'을 탐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아영의 장신구가 타자와의 교감을 기다리는 조형적 표현으로서, 장신구의 예술적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촉각의 해안선'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다소 과장된 듯한 장신구 사이를 문득 스쳐가는 무게감과 크기에 관한 문제들이 장식을 위한 땅에 있지 않고 심미적 표현의 지평 너머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At the Tactile Coastline
Artistic Fantasy, Woven with the Dream of Growth
Fragmentary Thoughts about A Young Chung's Art Jewelry

Written by Chang Dong-kwang(Independent Curator, Adjunct Professor of Sookmyung Women's University)


The jewelry exhibited with the theme 'tactile' can be best described as 'a unity filled with the dream of growth.' For her medium, A Young Chung likes to use cheap iron sheets and nails, as well as silver and gold plates. Her choice of material reflects her viewpoint of jewelry. The iron sheets and nails are cheap and ordinary material, rarely used in jewelry. The humble material emphasizes the artistic expression of jewelry. Using this humble material is an experiment portraying the author's intent. It also it expands the range of artistic expression.
A Young Chung forges iron sheets or nails to make a joined structure, creating tactile texture. She finds new formative beauty in a ring, brooch, or necklace. The artist utilizes the malleability and the irregular outlines resulting from forging a nail or a piece of iron sheet, and makes a plate as thin as possible. The irregular plates, made with the most primitive and manual forging methods, retain the trace of time and labor as they emerge from the working process. We realize that there is greater meaning beyond the surface. The art seems to evoke an innate vision by reminding us of the repetitive path of a pendulum, or the momentum of a hammer.
A Young Chung emulates nature in her jewelry. Her work is like architecture, in that it gracefully unifies different mediums. At the same time, it resembles nature. One can visualize a wave, a coiled seashell, a fruit, a flower, or perhaps a feather. It is not a reproduction of nature, but a transformation involving other elements. It manifests a new approach originating from her speculation on the 'tactile' or 'touchable' jewelry. Although jewelry is primarily a visual experience, this art form urges people to approach it and to touch it. Ah-Young Chung strives for 'psychological interaction of touch' through jewelry, where elements are united in a live entity.
If A Young Chung is taking a step forward for jewelry as a form of artistic expression, we will discover a new concept at the 'tactile coastline.' The weight and shape of her somewhat exaggerated jewelry do not lie in the land of decoration, but over the horizon of aesthetic exp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