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한국 고건축의 구성요소에 대한 분석

1. 기와 지붕에 대한 분석

우리 나라에서 기와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때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삼국시대의 여러 건물터에서 수없이 출토되고 있는 기와 조각들에서 기와가 사용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기와는 근본적으로 암, 수의 구분을 두는 데에서 서양의 것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의 옛기와도 우리 나라와 같은 형식에서 출발하였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우리 나라의 기와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고, 일본 또한 우리 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와란 지붕을 형성하는 재료중 맨 마지막에 쓰이면서 주로 눈과 빗물의 누수를 차단하고 실내공기와 온도를 조절하여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고건축에서의 지붕은 단순히 빗물이나 온도와 습도의 기후변화를 위한 기능만이 아니라 외관상 건물의 경관을 돋보이기 위한 의장효과도 크게 의식하였던 것 같다.

한국 고건축에 있어서의 기와지붕형태와 지붕곡선을 알아보고 고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처마곡선의 기하학적 특성과 일반적인 개념, 기와의 종류 등을 알아보고 이를 이론적 배경으로 삼았다.

 

(1) 기와의 종류 및 형태분류

1) 기와의 종류 (그림1)

우리 나라 기와 지붕의 형태는 장중한 모양의 지붕이 나는 듯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세련된 지붕의 선과 형은 각기 다른 형태의 기와들이 다른 방법으로 구성되어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기와지붕을 소재로 하여 조형화 하기 위해서 기와의 종류를 살펴보는 것은 형태의 형성과 인식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와 지붕의 형태는 기와의 모양이나 지붕을 잇는 방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기와의 종류는 사용되는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이나 명칭이 각각 다르며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키와와 암키와가 있고, 이에 선단에 원형 및 장방향의 중판(重版)을 부착하여 문양을 새긴 수막새와 암막새가 있다. 이러한 것 이외에는 용마루의 양단을 높게 장식하는 치미(眴尾), 취두(鷲頭), 용두(龍頭), 각마루 끝에 벽아의 의미로 사용되는 귀면화, 내림마루나 추녀마루를 장식하는 잡상이 있다.


(1) 평기와

평기와는 암수의 두 가지로 나뉜다. 암키와는 평평하고 넓적하여 지붕의 바닥을 비늘처럼 겹쳐서 덮어 잇는 역할(기왓골)을 하고, 수키와는 둥글고 길쭉해서 암키와와 암키와가 만나는 세로줄을 한 장씩 맞대어 올라가면서 덮음으로써(기왓등) 완전한 지붕이 되도록 한다. 그리고 암키와와 수키와는 반형이거나 삼분 원형이므로 암키와에 수키와를 덮어놓으면 그 선은 파장형(波狀形)을 이룬다.


(2) 망새기와

망새기와 대부분은 용마루의 끝을 장식하는 것으로 모양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취두는 독수리의 머리 모습을, 화두는 용머리를 형상화한 것인데, 지붕의 용마루를 장식하는데 중요한 것이다.


(3) 막새 기와

막새는 끝을 박아 준다는 뜻으로 무늬 판이 암키와의 끝에 달리면 암막새, 수키와의 끝에 달리면 수막새가 된다.

암막새와 수막새는 대부분 처마 끝에 설치하여 지붕의 끝을 깨끗하게 마감하여 준다.

① 막새 문양의 종류

막새에는 각종 문양이 새겨져서 문화 주체자의 민족성과 시대성이 두드러지며 따라서 고고학적 편년(編年)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와당문양은 자연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이 두가지가 주제로 그 내용을 분류해보면 식물문양, 동물문양, 기하학적 문양, 기타문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식물문양

당초문양은 암막새기와(사진1-1,2)나 벽석(壁石), 면(面)에 장식된 예가 많으며 인동(忍冬), 보상화당초문양, 포당문양, 타래당초문양 등으로 불린다. 타래당초문양은 비교적 단순하고 물결처럼 구부러진 줄기에 타래진 넝쿨을 붙인 문양이다. 삼국은 동초, 보상화(사진2-1,2), 당초문양을 동시에 사용한 공통점이 있다.

고구려의 암막새에 나타나는 여러 당초무늬 가운데에서 서역적(西域的)인 요소와 더불어 불교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회화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이다.

백제는 당초문양을 그린 막새기와가 극히 적으며 타래 문양이라 하는 얽혀있는 넝쿨을 떼어 엇바꾸어 처리한 형태의 타래무늬가 있다.

신라의 당초문양은 단순한 것에서 아주 복잡한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인동당초문양에 있어 흰줄기에 보통 4개 내외의 뽀족한 끝이 있는 도안화된 능숙한 기법을 보여준다. 포도당초문양과 보상화당초문양은 줄기에 힘을 좀 더 주고 그 줄기에 포도송이, 포도잎, 보상화를 더하여 변화를 주기도 했다.

연화문은 삼국이 공통성도 많으나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리면서 서로 세련된 문양을 간직하면서 전통을 발전 계승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와당에 있어서의 연화문(사진3)은 대체로 도식적이면서 도안적인 구성으로 건핍(乾乏), 조강(燥强), 기굴(奇塗)함을 나타낸다.

백제의 연화문(사진4)은 돌출되는 부분이 없는 평면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둔탁하고 정리가 덜된듯하나 꽃잎의 단조로움을 꽃술형태로 보완하고 중앙의 둥근 톱니바퀴 모양의 테두리가 확산되는 구성이다.

신라의 연화문(사진5)은 중앙 구심점 내에 위치한 20개의 연자가 단조로운 자방의 통일성에 변화를 주었으며 와당의 외곽에 주문대신 꽃잎으로 장식함으로써 우아하고 화려함을 더했다. 신라는 고구려, 백제와 같이 수막새의 와당문양에서 연화문이 주제를 이루나 삼국이 각기 다른 특징의 연화문 형식을 갖고 있다. 연판문은 5-12엽까지 사용했으며 그중 6엽과 9엽은 가장 많이 쓰였던 기본형으로서 고구려, 백제의 것과는 달리 매우 화려하고 장식적인 연화문 형식이다.

나) 동물문양

동물문양에는 실존하는 동물을 도안화한 것과 환상적인 문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이 대칭으로 배치하고 동물문양은 식물문양과 함께 사용된다.

암막새에 사용된 구도는 주제의 동물이 중앙에 배치되고 주록(周錄)을 둘러 처리하였다. 이와 같은 문양은 신라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기린(사진6), 공작, 제비, 사슴, 토끼, 물오리 등의 동물이 대상이었다. 또한 불교가 성행됨에 따라 환상적인 동물문양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귀면문양(사진7)은 삼국 모두가 악귀의 침입을 제어한다는 믿음에 의한 것으로 크게 벌린 입, 사나운 이빨, 가로로 길게 째진 눈, 툭 퉁겨 나온 듯한 눈알, 넓게 벌려진 코, 꾸부정한 뿔, 갈라진 털 등을 가진 모양이 일반적이 형상의 특징이다. 특히 귀면 와당은 통일신라시대에 유행되었으나 이미 고구려 와당이나 벽화에서 찾아 볼 수 있어 그 시대의 주술적인 신앙과 벽사(抗邪)의 사상을 알 수 있다.

용문양(사진8)은 오행사상에 의한 방위신으로 믿어온 용은 환상적인 동물로 뿔은 사람, 머리는 가린 눈은 토끼, 목은 뱀, 비늘은 물고기, 발은 호랑이, 귀는 소의 귀를 표현한 만능의 화산으로 천상, 천하 인간에게 해를 주는 악을 제거하는 동물로 사람의 애호(愛護)를 받아왔고, 고려, 조선시대에 성행하였다.

봉황(사진9)은 성스럽고 신비한 새로 주로 신라의 막새기와에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환상적이 내용을 주제로 한 문양 중에 사람을 넣은 것도 있다. 날개 달린 사람이라든가 천의를 몸에 걸치고 하늘을 나는 비천, 힘이 철철 넘쳐흐르는 사천왕상 등 공상적인 세계를 사람에게 가미시켰다.

지붕은 중국 건축의 영향권 안에 있었으나 세부기법에는 우리 풍토와 기후에 맞게 창조되었다. 지붕의 형태는 건물의 다른 부분에 비하여 매우 장중하게 형성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주 건물은 팔작(八作)지붕, 기타는 우진각 지붕, 맛배지붕 등(표1)이 사용되고 정각(政閣), 대사(臺擂) 등에는 네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 등의 모임지붕이 사용되었으며 더러는 원추형(圓錐形)지붕도 사용되었다.

① 맛배지붕 (사진10)

두 지붕면이 팔자(八字)형으로 모여 삼각형으로 이루게되고 양 측면에서 벽체의 상부에 삼각형 벽면을 형성하기 때문에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지붕면을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맛배지붕은 중.상류 주택의 행랑채에서 볼 수 있고, 사찰에서는 승방으로 쓰이는 건물 지붕에, 궁궐에서는 행랑이나 천왕문(天王門)등에서 사용한다.

② 우진각 지붕 (사진11)

지붕면이 4면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측면에서 보아도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또한 용마루 선과 처마선 외에도 네 방향으로 내리 뻗은 추녀마루선이 있어 한층 더 유연한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진각 지붕은 궁궐의 정문, 도성의 대문 사찰 등에 쓰인다.

③ 팔작지붕 (사진12)

지붕면이 4면으로 우진각지붕과 같으나 양 측면에 합각(合閣)이 형성되고, 내림마루가 합각의 밑까지 와서 일단 그치고, 여기서부터 내림마루가 합각의 밑까지 와서 일단 그치고, 여기서부터 내림마루가 추녀선과 연결된다. 이 지붕은 우진각 지붕 상부를 수평으로 잘라 그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복합형 지붕이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날아갈 듯한 지붕선'에 있다고 한다. 이때의 지붕은 대개가 팔작지붕에서 받은 인상이다.

팔작지붕은 중상류 주택의 안채나 사랑채와 같은 몸체에서, 사찰의 대웅전을 비롯한 중요 전각(殿閣)에서, 왕궁의 왕전을 위시한 많은 중요 대소전각, 그리고 서원향교 등의 전각들의 지붕으로 이용된다.

④ 모임지붕

한국 전통건축의 지붕 형태 중에 용마루가 형성되지 않은 지붕을 말한다. 모임지붕을 위해서 내려다보면 여가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각의 수에 따라 사모지붕-육모지붕-팔모지붕(그림3) 등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지붕형태를 갖는 건축물로는 정자가 있다. 그래서 정방형 평면의 정자는 사모정이 되고 정육각형 평면의 정자는 육모정, 정팔각형의 정자는 팔모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지붕들은 용마루가 없기 때문에 추녀마루가 비교적 강하게 유연한 곡선을 그리면서 중심으로 모여들어 경쾌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2) 기와 지붕의 조형적 분석

우리나라의 산은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완만한 곡선이 대부분이다. 부드러운 산세(山勢)는 자연스럽게 그 속을 흐르는 물의 여유있는 흐름을 만들어 준다. 이러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은 여유있고 부드러운 심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러한 심성에서 표출되는 여러 가지 조형물들은 가식이 없는 소박함을 맛보게 해준다.그러므로 우리 나라 건축은 자연을 중요시하며 자연에 조화되고 나아가 자연과 동화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이 거대하고 위압적인 건축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우리 나라 사람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맛을 느끼게 하는 건축이다. 특히 일본처럼 자연을 기교로 다듬은 건축이 아닌, 지세를 잘 적용하여서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이룬 건축물을 지었다.

한국 미술의 따뜻한 이해자였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서울을 방문하여 남산에 올라가 시가를 바라보면 눈에 비치는 것은 그 가옥의 지붕에 나타나는 한없는 곡선의 물결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은 지붕의 단정한 기왓골과 용마루의 긴 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처마의 곡선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건축물의 지붕에 얹혀져 있는 기와 지붕의 기와는 암키와와 숫키와로 구성되어 있다. 암키와는 반월형으로 아래로 깔리고 숫키와는 두 암키와가 좌우에서 만나는 부분에 덮여지며 용마루에서 흘러내려 처마 끝의 수막새와 연결되면서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처마의 곡선은 하늘을 향하여 솟아오르는 진취적 운동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용마루의 완만한 곡선은 날개치듯 하늘로 향하여 솟아오르는 우리의 마음을 지긋이 억제하는 한국인의 고유한 심성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단정한 기와의 암수가 만들어 내는 참빗으로 빗은 듯한 선의 패턴을 통하여 날아 오르는 학을 연상시킬 만큼 기품있는 이미지를 더해주고 있다.이렇듯 우리 나라 기와 지붕에서 진취적 운동감과 억제의 힘 그리고 리듬감, 율동감을 지각(知覺)하게 된다.

한국의 건축미는 처마의 곡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지각되는 구조미가 있다. 즉 첫째 선자세, 눈 높이에서의 지각적 효과와 개념, 둘째 높은 산이나 언덕과 같이 지붕보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지붕의 지각적 개념, 셋째 보는 위치와 관계없이 지붕이 갖고 있는 구조적 형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미적 경험과 구조미를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시선의 위치를 바꾸어 기와지붕의 조형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근정전의 지붕을 바라보면 (사진15)와 같이 장중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힘의 작용 방향이 위쪽을 향하고 있으므로, 날아갈 듯한 지붕으로 보인다. 지붕의 외형은 밑면이 넓은 형태를 취하고 있어 무게중심이 그림4-㉮의 D방향으로 쏠리게 됨으로써 안정감 있는 중량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정면에서 보이는 좌측과 우측의 처마곡선은 눈높이에서 볼 때 B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데, 다시 B`에 의해 반복됨으로써 위로 상승(A방향)하는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는 건물 앞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사진13)

지붕의 곡선은 3차원적 곡선이므로 자연의 이치인 투시도적 원근변형이 일어나 다양한 곡선의 변화를 보여준다.(사진14)

(사진15)은 기와지붕이 날아오르는 듯한 곡선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곳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러한 지붕을 그림5-㉮에서는 외곽선으로 나타내 보았다. ABCD는 지붕의 기스락이고 화살표는 기스락의 긴장된 방향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5-㉯에서는 시선을 달리하여 용마루의 곡선과 처마곡선이 보이는 면에서 지붕의 외곽선을 그려 힘의 방향을 표시한 것이다. 같은 지붕에서 나타난 곡선이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림5-㉮에서는 선의 방향 전환과 양단부의 선이 휘어짐으로써 진취적이고 경쾌한 운동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운동감은 위로 올라가려 하는 강한 상승감을 느끼게 하며, 중간 부분은 밑부분이 가라앉는 완만한 곡선을 취하고 있어 ABCD의 방향을 억제하려는 느낌(F의 방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림5-㉯에서는 위와는 달리 단순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데, 양단부는 강하게 휘어진 곡선으로 중단부는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대조적인 미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량감을 아래로 쏠리게 하여 안정감(F의 방향)을 느끼게 한다.

지붕의 전체적인 형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된 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사진1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선위치에 따라서 직선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적인 근거로 하여금 우리 나라 기와지붕은 삼각형과 사각형이 변형된 비기하학적인 형태이며, 넓게 퍼지게 하는 형태를 사용하여 안정감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곡선과 직선을 함께 어울려 나타냄으로써 강한 대조적인 구조미를 인식하게 되며, 선의 변화에 따라 운율적인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두께가 있고 투박한 3차원적 곡선이 중복되어 이루어져, 선에서 나타나는 간결하고 단순한 평면적 차원의 이미지가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 변화 있는 형태를 나타냄으로써 다양한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

 

 

2. 창살무늬의 조형양식

(1) 창살의 의미와 조형의식

우리 나라의 건축물에서 창호는 창과 문으로 대표되지만 장지, 덧문, 두껍닫이 등을 모두 뜻하는 말이다. 창호는 주구조체(主構造體)를 전담하는 대목(大木)과는 달리 소목(小木)들이 전담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공예적인 성격을 많이 지니고 있다. 창호는 건축물의 벽면에 설치되어 인간의 통로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빛과 공기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나라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건축정면의 대부분의 벽체가 아니라 창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점은 한국의 건축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창호처럼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것도 드물다. 이러한 창호의 올거미에 살을 짜 넣은 것을 창살이라 하며 창살은 여러 가지 무늬로 짜여져 있다.

창살이라는 말은 '창의 올거미`에 살을 박았다'는 행위를 복합시켜 부여한 의미로 창호의 구조면에서 본다면 살의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창살이란 창에다 살을 메운 것을 말한다.

또한 우리의 창살은 직선으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이 되며 이 직선들의 수직과 수평의 선들이 서로 교차되어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되고 비례의 차이를 갖고 반복하면서 미적인 무늬를 이루게 된다. 우리 나라의 창살은 이러한 직선들의 무늬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창살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창살의 살 짜임새는 중국의 창살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며, 일본의 창살처럼 섬약(纖弱)하거나 날카롭지 않으며 간결하면서 소박한 미(美)를 지니고 있다. 또한 한국의 창호는 일본과 중국이 밖의 공간을 중요시하고 우리 나라는 실내의 공간을 중요시했음을 보여준다.

창은 건물에 있어서 가장 눈에 잘 뜨이는 부분이므로 건물의 얼굴이라고 하며, 창에 나타나는 창살은 집이 나타내는 표정이라 한다. 따라서 창을 이루는 살과 그 살에 장식되는 무늬는 그것이 장식되는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창살무늬에 있어서는 꽃살무늬 창틀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무늬의 소재가 되는 꽃도 다양하다. 창틀에 나타난 꽃의 모양들은 연꽃, 모란, 국화, 완자무늬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꽃이 갖는 의미가 다르다. 연꽃은 정갈하여 꽃 중의 꽃으로 손꼽으며 끊임없이 우리를 깨끗하게 정화(精華)하는 구실을 한다고 보아 인간 생활에 언제나 가까이 한다. 모란은 그 탐스런 생김새와 향기가 으뜸으로 우리를 저절로 넉넉하게 만든다. 국화는 뜻 높은 이(선비, 부처)의 장수(長壽)를 뜻한다. 완자무늬는 한자로 만(萬)을 뜻하는 것으로 '좋은 모임이나 한없는 즐거움'의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이 창은 기능성과 장식성을 함께 가지면서 우리 문화의 내면에 깊은 의미를 지니며 사용되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문은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의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이고 창살의 형태는 그 가옥의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구실을 한다. 또, 창살의 수려(秀麗)한 무늬는 좋은 뜻이 담겨있는 소재를 선택하여 표현함으로 주택에 주거하는 인간의 미적(美的)요소나 종교적, 정신적인 면을 표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로써 창은 한국인의 정서, 그리고 아름다운 한국 전통문화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조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능적인 요소가 함께 나타나 있어서 전통문화의 대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의 '창' 문화는 현대생활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그 범위를 확대, 응용,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2) 창살무늬의 종류


창은 기후나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온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며 창에 따르는 창살이나 창살무늬도 여러 가지로 변화되어 왔다.

창살의 종류에는 용자(用字)살, 띠살, 아자(亞字)살, 만자(卍字)살, 빗살을 기본형으로 한 변형(變形)살들이 많이 있다. 이 창살에 장식적으로 화려함을 더해 주는 것이 창살 무늬이며 그 무늬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꽃살무늬이다.

꽃살무늬는 시대적으로는 조선시대 중기 이후부터 나타나는 형식으로 그 구성과 표현이 공예적이고, 자체 문양의 정교함과 화려함이 우리 민족의 심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꽃살무늬는 궁궐, 법당(法堂) 등 중요한 건축에 쓰였다.

1) 날살문(戶)

먼저 세로살의 날실만으로 짜여진 날살문이 가장 초보적이자 바탕을 이루는 것이 된다. 이는 매우 단출하고 깔끔한 맛을 보여주고 있어 선(禪)을 닦는 수행승의 선방에 어울리며 바라지(窓)로도 많이 쓰이는 것이다. 봉정사 극락전이나 부석사 조사당,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송광사 하사당들의 옆칸 바람(벽)에 난 바라지에서 볼 수가 있다. 모두 지은 때가 오랜 집이며 단출한 짜임의 주심포(柱心包) 맞배집에다 바라지로 나타나 있어 초기에 쓰인 내용을 알려준다.

2)띠살문 (그림6)

날살에 가로살인 씨살을 위, 가운데, 아래로 나누어 지른 띠살문은 날살문에서 한걸음 나아간 꾸밈새로 일반집 쪽에 많이 쓰였다. 봉정사 대웅전 3칸 모두에 난 3짝씩의 띠살문을 비롯하여, 송광사 국사전과 하사당의 문들이 모두 띠살이다. 이 또한 초기에 나타났으나 점차 단출, 깔끔한 주심포맞배집의 문살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송광사 하사당에서 보이듯 날살이 창에 세로로 놓이면 띠살은 가운데의 지게살로 들어서는 위치로 앉게 된다.

3) 우물살문 (그림7)

곧 날살과 씨살을 서로 똑같은 칸으로 질러 짜나가 네모난 우물무늬(그림8)를 만들어가는 무늬살문이다. 날살문이나 띠살문에서 더 나아간 것으로 보다 살칸이 많아지고 촘촘해졌으며 문짝도 튼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따른 느낌은 반드시 띠살무늬보다 낫다곤 할 수 없다. 그리고 일반집에서 띠살과 더불어 흔하게 쓰는 문살이다.

절에서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모두 우물살로 되어 있어 가장 오랜 보기로서 눈길을 끌며, 범어사 팔상전(사진17)은 독성전과 나한전이 오른쪽으로 나란히 하나로 붙은 불당 왼쪽을 차지한 집으로, 어칸에 난 3짝의 가운데 짝이 우물살로 되어 있다. 더구나 여기에는 날과 씨살이 서로 만나는 곳에 모두 깔끔한 네 잎 꽃송이가 새겨져 있다.

4) 빗살문 (그림8)

빗살은 두 살을 서로 어긋나게 걸쳐 짜나가 마름모무늬를 만든다. 날살이나 띠살 또는 우물살보다 꾸밈을 더 준 것으로 바로 우물살을 모로 뉘여 솜씨를 부린 것이다.

남장사 극락보전(사진18) 어칸의 양 옆짝의 빗살무늬는 주심포맞배집의 단출, 깔끔한 초기 불당에 나타났으나 점차 어칸 쪽에 꽃송이를 올린 다포팔작집의 꽃문으로 발전했다.

신흥사 극락보전(사진19), 내소사 대웅보전(사진20), 그리고 논산 쌍계사 대웅전(사진21)등에는 연꽃이나 모란, 국화등을 새겨 치장했다. 즉 어긋난 두 살이 만나는 곳에는 꽃송이를 올리고 남는 옆살은 모두 잎사귀를 꾸며내 꽃문을 만들었다. 같은 빗살문이면서도 꽃무늬를 올려 돋보이게 하거나 어칸의 가운데짝에만 꽃을 새겨 자리의 높낮이를 나타냈다.

불갑사 대웅전(사진22)은 꽃을 올리지 않고 살 옆을 무늬로 새겨 꾸민 창살은 꽃빗살무늬라 부른다. 여기에 꽃송이 대신 금강저(金剛杵)를 새기는데 금강저는 '참'을 지키는 무기를 나타낸다. 때문에 날카롭고 힘찬 생김새와 더불어 잎사귀로 여겨지는 무늬가 되는 것이다.

5)소슬살문 (그림9)

세로살인 날살과 씨살 그리고 빗살의 모든 문살을 다 넣어 짠 복잡화려한 무늬살을 말한다. 곧 소슬이란 솟은 즉 도드라진의 뜻으로 이 무늬살에는 거의가 꽃을 새기고 있다.

소슬살 짜임새는 모두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째 날살과 빗살로만 이루어진 한점에 6살이 만나 뻗치는 것으로 여기에 꽃무늬가 새겨져 소슬꽃문이 되며, 꽃송이가 없는 소슬민꽃무늬도 나타났다. 범어사 독성전 어칸(사진23)의 소슬꽃문을 비롯하여 동화사 대웅전의 어칸(사진24-1)의 소슬모란꽃문(사진24-2)은 소슬꽃문의 변형이다. 신흥사의 민꽃살과 운문사 대웅보전 어칸(사진25-1)에는 금강저무늬살(사진25-2,3)도 새겨졌다.

둘째는 날살과 씨살 그리고 빗살 모두로 짜여진 것으로 한 점에서 8살이 만나 뻗어나는 복잡한 무늬이다. 남장사의 극락보전 어칸(사진26), 용문사 대장전 8모윤장각(사진27)은 꽃무늬가 가득 새겨지는 소슬꽃문으로 나타나며 무량사 극락전 어칸(사진28)같은 꽃이 없는 민살 또는 민꽃살의 성글고 촘촘한 꾸밈새로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로 날살과 빗살로만 이루어지되 두 빗살이 날살 사이의 칸 가운데서 서로 만나는 꾸밈새로 한 칸 속에서 6모 테두리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짜임새는 마곡사 대광보전의 옆칸(사진29)처럼 소슬민꽃무늬로 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금강저를 새긴 살이 되거나 안팎을 슬쩍 둥그스름하게 만들어 속이 텅 빈 깊은 맛을 드러낸다.

넷째, 용문사 대장전(사진30) 속에 있는 8모윤장각 문의 문살로 첫째와는 반대로 가로살인 씨살과 빗살만으로 이루어진 곧, 첫째 것을 옆으로 누인 꼴이다. 따라서 6모난 테두리의 모가 위쪽에 둘 나타나서 짜여지게 되었다.

다섯째는 대승사 대웅전 어칸(사진31)처럼 날살과 빗살로 꾸며지되 날살을 한 줄 없애 버렸거나 아니면 한칸을 더 넓게 잡은 짜임으로 만들어 날살에서 6살이 모여 뻗쳐가되 테두리는 마름모꼴을 이루는 무늬살이다.

6) 꽃나무살문 (그림10)

날-씨살과 빗살로 짠 위에 새겨진 꽃무늬가 아니라 그냥 꽃나무를 통째로 아로새겨 문짝을 만들어 짠 것을 말한다. 선암사 원통전 어칸과 용문사 8모윤장각에서 볼 수 있다. 연꽃이나 모란꽃들을 잎사귀, 줄기와 가지채 길게 새겨 올린 것으로 보다 실물적이고 자연스럽다.

7) 그 밖의 무늬

대궐을 비롯한 벼슬아치와 일반집들에 보이는 완(卍)자살(그림11), 아(亞)자살(그림12), 용(用)자살(그림13), 귀(貴)자살(그림14), 거북등(귀갑)무늬살(그림15)의 꾸밈새로 짠 문들이 있다. 숫대살(그림16)은 담에 세워진 사립문의 꾸밈새를 따온 기초적인 짜임이다.